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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학 칼럼> 진정한 행복

편집국장 0 1119
진정한 행복
 
사람은 누구나 책을 읽으며 살아간다. 아니 반드시 책을 읽으며 살아야 한다는게 나의 주장이다. 이는 누가 뭐라 해도 양보할 수 없는 나만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는 무엇보다도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하게 해 주며 동 시대에 살지 않은 인생의 대선배들에게서 훨씬 더 강하고 효율성 높은 삶의 지혜를 얻기 때문이다.
 
나의 이러한 말에 혹자들은 “지금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책을 읽고 있느냐” “인터넷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말 하는 사람치고 1년에 제대로 된 책 한권 읽은 사람 못 봤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책을 읽는다는건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내뱉는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음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그렇게 많은 책을 읽는 편은 아니다. 그저 시간 나는대로, 손에 잡히는대로 펴볼 뿐이다.
 
그러던 지난 주말, 모처럼 작업(신문편집)을 끝내고 오래전부터 꼭 읽어보리라 마음먹었던 책을 집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읽어가면서 너무 빨리 읽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아끼고 아껴가며 읽었다. 마치 맛있는 사과를 한꺼번에 베어 물면 금세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안타까움과 같은 마음에 말이다.
 
에릭 호퍼가 지은 ‘길 위의 철학자’. 인문학을 아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읽었음직한 이 책은 나의 삶에 퍽이나 깊은 통찰과 깊이를 더해 주었다.
 
정규 학력과는 거리가 먼 순전히 독학으로 자신의 철학세계를 구축, 미국의 사상가이자 저술가이며 급기야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당당한 사회철학자라는 이름까지 얻어낸 에릭 호퍼. 그가 산 삶의 궤적은 보통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과는 상당 부분 동떨어진 여정이었다.
 
7살 때 사고로 어머니와 함께 시력을 잃은 그는 무려 8년이라는 세월을 보지 못하고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의 나이 열 다섯 때 극적으로 시력을 회복한 그는 행여 또 다시 앞을 보지 못할세라 거의 24시간을 책과 함께 했다.
 
하지만 삶이라는 인생의 무게를 헤쳐 나가야 하는 호퍼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라는 것도 버젓하게 취업을 한다거나 사업을 하는게 아니고 떠돌이 노동자로, 레스토랑 보조웨이터로, 오렌지 행상으로, 사금채취공으로, 부두노동자로 전전하는 삶을 살아 간다. 그리고 자살도 시도했다. 책에서도 나타나지만 호퍼는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오랫동안 있지를 못하는(어쩌면 있기를 싫어하는) 성미 때문인지 평생을 ‘떠돌이 노동자’ 살아가게 된다.
 
언뜻 생각하면 배운게 없고 가진게 없는 호퍼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게 그런 것 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그건 결코 아니다. 그가 살아가면서 만난 사람들이 그가 얼마나 충일한 삶을 살아갔는지 대변해 주고 있다. 
 
특히 호퍼는 특정 분야에만 관심을 가진게 아었다. 그는 비록 동물학과 식물학은 멀리 했지만 화학과 물리학, 광물학, 수학 그리고 지리학에 관한 지식은 상당 부분 섭렵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가 만난 캘리포니아대학교 감귤연구소장 스틸턴(Stilton) 교수와의 만남에서 그의 지식은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당시 스틸턴 박사는 감귤나무의 나뭇잎이 얼룩얼룩해지다가 결국 누렇게 뜬 채로 떨어져 버리는 ‘백화현상’ 현상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호퍼의 간단한 조언으로 엄청난 선물을 받았다. 대학 교수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전문지식이 없는 호퍼가 해냈으니 말 그대로 ‘혁명’을 이뤄낸 셈이다.
 
호퍼는 돈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늙으면 돈이 필요하다. 젊은이를 타락시키는 그것이 노인들이 젊어질 수 있게 해주는 거지요”라고.
 
비록 81세라는 결코 짧지만은 않은 삶을 살다 간 에릭 호퍼야말로 아무런 목적 의식없이 그저 물질 추구에만 안달하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고 있다.
 
노년에 자신의 생을 되돌아 본 많은 위인들은 자신들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 합쳐 보아야 채 하루가 되지 못한다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아무리 출세가 좋고 재물이 탐난다해도 그건 일시적인 만족감만을 줄 뿐 결코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필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행복’이란 바로 ‘책 속’에 있는건 아닐까. 한 장 한 장 넘겨가는 동안 거기에서 묻어 나오는 활자의 냄새야말로 옛 선인들의 활동상을 그대로 유추해 볼 수 있으며 세상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최상의 향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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